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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시골 마을 여행 추천 : '다케오 온천'과 주변 동네들

하리보ꯁ 2025. 2. 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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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시골 마을 여행 추천 : '다케오 온천'과 주변 동네들

 

 


다케오 온천, 천년의 역사를 담은 작은 마을


일본 규슈 사가현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 하나가 있다. 이름은 '다케오(武雄)', 인구 5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그 안에는 무려 1,300년의 역사를 가진 온천이 존재한다. 바로 다케오 온천이다. 일본 온천 여행이라 하면 대부분 벳푸나 유후인처럼 유명한 관광지를 떠올리지만, 다케오는 그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여행지다. ‘작고 조용하다’는 점에서 여행자는 이곳에서 진짜 일본의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케오 온천의 상징은 붉은 문루가 인상적인 ‘다케오 온천 모토유(元湯)’ 건물이다. 이곳은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목조건물로, 온천장이라기보다 고풍스러운 사찰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건물 외관부터 목욕탕 내부까지 전통적인 일본의 정취가 살아 있고,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을 잘 유지하고 있다. 목욕은 실내탕과 노천탕으로 나뉘어 있고, 물은 유황기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알칼리성 온천수다.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느낌이 확연히 들 정도로 부드럽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평일 오후에 찾으면 온천을 거의 혼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한적하다. 대도시의 유명 온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조용함이 다케오 온천의 진짜 매력이다.

 




다케오 도서관, 여행자도 머물고 싶은 문화 공간


다케오를 방문했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가 있다. 바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다. 보통 여행자에게 도서관은 크게 관심을 끌지 않는 장소일 수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2013년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이 도서관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외관은 평범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자의 시선은 고정된다. 나무 구조의 고서적 서가, 노출 천장, 따뜻한 조명, 그리고 층마다 이어지는 커다란 책장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도서관 한편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TSUTAYA 북스토어가 함께 운영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음반과 잡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조용히 쉬어가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특히 일본어를 못하더라도, 사진 중심의 책이나 여행 관련 서적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본 현지인처럼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자유 여행자라면, 이 도서관은 필수 코스다.

한쪽 구역에서는 전시회나 지역 작가의 작품도 소개되어, 마을의 문화 중심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이토록 세련된 문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3천년 된 거목과 만나는 시간 – 다케오 신사와 대녹나무


다케오 온천 마을의 자연과 전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소 중 하나는 바로 ‘다케오 신사’와 그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대녹나무다. 다케오 신사는 1,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작은 신사인데, 규모는 작지만 마을 사람들의 신앙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입구에는 붉은 도리이가 세워져 있고,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무엇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다케오 오오쿠스(武雄大楠)’라고 불리는 3,000년 된 녹나무다. 높이 30미터가 넘고, 둘레는 20미터 이상에 달하는 이 나무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장수목이다. 나무 앞에 서 있으면, 마치 고대 생명체 앞에 선 듯한 압도감이 밀려온다. 기묘한 뿌리 구조와 깊게 패인 나무껍질, 그리고 수백 년간 자리를 지켜온 흔적들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본에서는 오래된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 이 나무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기도하거나, 손을 모은 채 머물다 간다. 여행자로서 이곳에서의 시간은 관광이 아니라 명상에 가까웠다. 자연과 함께 깊은숨을 쉴 수 있었던 소중한 장소였다.

 

 



다케오 주변의 작은 마을들 – 히젠야마구치와 우레시노

 


다케오에만 머무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주변 소도시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가까운 곳으로는 JR 열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히젠야마구치’가 있다. 이곳은 기차 환승역으로 유명하지만, 마을 자체는 고요하고 옛 일본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낡은 상점, 오래된 주택, 그리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아이들까지. 진짜 일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다른 추천지는 ‘우레시노(嬉野)’라는 마을이다. 이곳 역시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인데, 특히 ‘우레시노 차(녹차)’의 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녹차를 테마로 한 카페와 찻집이 많아, 다케오보다 조금 더 감성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우레시노 온천은 물에 들어가면 피부가 미끄러질 정도로 부드럽고, ‘미인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젊은 여성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변 마을들은 다케오와 함께 ‘규슈 시골 여행 루트’로 묶기에 아주 적합하다. 열차와 버스로 접근도 쉬우며, 여행자가 많지 않아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느린 여행이 주는 선물 – 다케오에서 얻은 감정들


다케오에서 보낸 이틀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틀이 나에게 준 감정은 꽤 크고 깊었다. 일본의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삶’이 있는 공간을 걷는 느낌. 그게 다케오였다.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았고, 마을은 깨끗하지만 인위적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머무는 여행’이 가능했던 장소였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다케오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그 자유로움 속에서 오히려 ‘나 자신’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저 눈앞의 풍경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 이곳에서는 그런 여행이 가능했다.

다케오를 떠나는 날,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다시 한번 다케오로 돌아오고 싶을 것이다. 시골의 따뜻함과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은 날, 이곳은 언제든지 나를 반겨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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